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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image.yes24.com/sysimage/detailN/st_introduceBook.gif)
그때 하나님은 어디 계셨는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이제 우리는 어찌할 것인가?
세월호가 우리 사회와 기독교 신앙인에게 남긴 물음과 씨름하다
참사 1주기를 맞아, 원로 역사학자에서부터 성서학자와 소장 신학자, 교사, 작가, 목회자들까지, 11인의 필진이 세월호가 남긴 물음들을 다각도에서 검토한다. 이 책은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 참사와 이후의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안타까움, 비통함, 분노, 절망, 고뇌를 경험한 그리스도인을 위한 것이다. 물론 이 책에 실린 글 중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와 그 유가족을 마음에 품지 않고 쓴 글은 한 편도 없겠지만, 이 책이 이들을 ‘위한’ 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이들의 거대한 슬픔 앞에서 대체 누구라고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지난 1년의 일들은 사건 자체에 대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그리고 그리스도인이 믿어온 것에 대해 숱한 물음을 남겼고, 많은 심각한 문제들을 폭로했다. 이는 그저 몇 줄기의 눈물과 함께 흘려보낼 수 없는 것이어서, 이 책에서는 그중 몇 가지를 다루었다. 세월호 참사를 이해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손을 모으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작은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이 책의 수익금은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의 치유를 돕는 일에 기부됩니다.
![저자 소개 저자 소개](//image.yes24.com/sysimage/detailN/st_author.gif)
저 자 소 개
김민웅 성공회대학교 교수, 《동화독법》 저자
김영봉 와싱톤한인교회 목사, 《사귐의 기도》 저자
김회권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 《청년설교 1, 2, 3》 저자
박 총 재속재가수도원 ‘신비와저항’ 수사, 《내 삶을 바꾼 한 구절》 저자
백소영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외래교수, 《엄마 되기, 힐링과 킬링 사이》 저자
이만열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잊히지 않는 것과 잊을 수 없는 것》 저자
이상철 한신대학교 외래교수, 《탈경계의 신학》 저자
정병오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사,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시대를 뒤서가는 사람》 저자
차정식 한일장신대 신학부 교수, 《거꾸로 읽는 신약성서》 저자
천정근 자유인교회 목사, 《연민이 없다는 것》 저자
최규창 (주)포리토리아 대표, 《고통의 시대, 광기를 만나다》 저자
![목차](//image.yes24.com/sysimage/detailN/st_index.gif)
‘세월호 참사’ 단상 _이만열
세월의 영성 _김영봉
세월절 지키기―슬픔과 분노를 공동 기억으로 승화하기 _백소영
악의 문제에 대한 하나님의 부담과 인간의 책임 _차정식
애도의 문법―[안티고네]로 세월호 읽기 _이상철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기억하며―우리 교육을 생각한다 _정병오
유가족의 사회학, 우리의 신학, 숨어 있는 하나님 _최규창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목사들에게 _천정근
세월호의 고통과 하나님나라―희생자를 위한 격문 _김회권
하나가 모두이다―그러고 1년, 우리에게 남은 것은? _김민웅
성문 밖 세월호, 성문 밖 그리스도 _박총
![책속으로 책속으로](//image.yes24.com/sysimage/detailN/st_viewIn.gif)
그동안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모습의 하나는 ‘권력의 청와대 집중화’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이것은 정부 집행능력의 신속화·효율화라는 측면에서 용납되어왔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청와대가 움직이지 않으면 정부의 어느 부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그것이 엄청난 인명피해를 가져온 대형 참사로 빚어진 것이다.
--- p.15
우리는 시편의 탄식자들처럼, 자신의 생일을 저주한 욥이나 일부 예언자들처럼 ‘어찌하여…’로 시작되는 탄식에 동참하여 하나님의 책임을 신정론적 맥락에서 추궁할 수 있다. 심지어 거기에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급하게 호출하며 구원해줄 것을 간청한 기도 소녀도 있었다고 하지 않던가. 나아가 우리는, 특히 그 희생자들의 유가족은, 그 불행한 참사로 세상을 떠난 무고한 생명들의 피에 대하여 정의로운 신원伸.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하나님께 간청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그들이 뭔가 죄를 지어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았겠느냐는 식으로 욥의 친구들이 실패한 변증을 하나님 편드는 척하면서 새삼스럽게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이 민족의...그동안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모습의 하나는 ‘권력의 청와대 집중화’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이것은 정부 집행능력의 신속화·효율화라는 측면에서 용납되어왔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청와대가 움직이지 않으면 정부의 어느 부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그것이 엄청난 인명피해를 가져온 대형 참사로 빚어진 것이다.
--- p.15
우리는 시편의 탄식자들처럼, 자신의 생일을 저주한 욥이나 일부 예언자들처럼 ‘어찌하여…’로 시작되는 탄식에 동참하여 하나님의 책임을 신정론적 맥락에서 추궁할 수 있다. 심지어 거기에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급하게 호출하며 구원해줄 것을 간청한 기도 소녀도 있었다고 하지 않던가. 나아가 우리는, 특히 그 희생자들의 유가족은, 그 불행한 참사로 세상을 떠난 무고한 생명들의 피에 대하여 정의로운 신원伸.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하나님께 간청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그들이 뭔가 죄를 지어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았겠느냐는 식으로 욥의 친구들이 실패한 변증을 하나님 편드는 척하면서 새삼스럽게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이 민족의 죄를 회개하라고 경고하시는 하나님의 예비적인 엄포성 징계로 보거나 이 민족, 이 백성의 죄를 대신 속량하기 위한 희생제물인 것처럼 어설프게 미화하는 오류에 빠져서도 안 된다. 이는 하나님을 거의 용왕신 수준으로 격하하거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만으로 부족해서 제2, 제3의 십자가 대속 사건을 치러야 한다는 얼토당토않은 모방적 폭력의 논리로 말도 안 되는 강변을 늘어놓는 격이다.
--- p.82-83
애도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사람의 죽음을 슬퍼함’. 그렇다면, ‘애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함은 죽음으로 인한 슬픔이 극복되었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성공한 애도는 필연적으로 실패한 애도가 되는 것 아닌가? 본래 애도란 망자에 대한 기억을 유지하고, 망자의 상실로 인한 아픔을 계속 지속시키는 행위여야 되는 것 아닌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애도란 애도의 사전적 의미, 즉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행위를 현재진행의 사건으로 계속 유지시키는 행위다. 그러므로 성공한 애도라는 말은 형용모순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인터뷰에서 빨리 슬픔에서 벗어나는 것을 꿈꾸는 것만큼이나, 이 슬픔이 완전히 극복되고 잊히는 것이 두렵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진정한 애도가 무엇인지를 다시 묻게 만든다.
--- p.100-101
‘세월절’ 의례의 목적은 분명하다.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이라는 메시지의 확인! 그것이 전도顚倒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기억하기! 우리의 애통함과 분노가 현재를 향한 비난에 그치지 않고 세월호 ‘이후’의 사회제도를 달리 만들기 위한 원동력이 되도록 하기! 생명을 살리고 생명이 풍성하게 누려지는 하나님나라의 질서를 가까이 오게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기독교인들이 이 공동의례를 만들고 이에 참여하는 일은 충분히 신앙적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기독교 공동체를 넘어 대한민국 시민사회가 이 생명의 의례를 함께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동의하고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동의례 형식과 언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p.64
무슨 심오한 교육철학이나 교육이념을 말하지 않고 상식선에서 생각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죽고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이러한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하고 이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교육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일 것이다. 그런데 교육당국은 이런 가장 기본적인 것도 제시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가만히 있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나마 교사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일어난 애도수업이나 계기수업의 움직임마저 적극적으로 제지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혹 이러한 교육을 하는 가운데 아이들을 한 명도 구출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 p.111
그토록 참혹한 죄악의 실상과 총체적 부패와 무능의 잔혹함을 겪고도, 이 정권과 정부와 책임 있는 자들에게 책임 하나 묻지 않으며, 각자 회개하면서 가만히 있으라는 설교가 도대체 가당키나 했던 것인가? 이 모든 것이 나의 죄라고 고백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아니 오히려 이 모든 것이 나의 죄이기 때문에, 그 죄를 엄히 묻고 처벌해야 하는 것이다.
--- p.169
신학적 견지에서 보면 세월호 사태는 한 정부가 덮어 가리고 갈 수 없는 우주적 공평과 정의 사건을 하나님이 과연 어떻게 다스리시는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세월호의 고통은 하나님 법정에 이첩된 항소문인 셈이다.
--- p.181
해방 이후 민족 전체를 식민지 노예로 만들어가는 데 협력하고 일본제국주의의 총알받이로 내세우는 데 적극 나섰던 자들을 정리하는 반민특위의 무산을 되풀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반민특위의 해산은 이후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이들에 대한 외면과 밀어내기를 결과했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의를 위해 나선다는 것은 부질없고 권력에 붙어사는 것이 수라는 식의 사회적 사고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었다. 만일 이번에도 세월호 특위가 조사권조차 제대로 발동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린다면 그 이후 우리 사회가 어떤 꼴이 될 것인지는 보지 않아도 빤하지 않겠는가? --- p.204
세월호는 망각 속에 가라앉고 기억 속에 인양됩니다. … 어떤 면에서는 애도보다 기억이 더 중요합니다. 공감의 눈물은 나도 함께 아파했다는 면죄부를 주기도 하고 종종 일회성에 그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억하고 있다remembering’는 것은 철저히 버림받은 세월호 유가족을 다시re 우리의 지체member로 받아들이는 행위ing이며, 그들을 잊었던 우리가 다시 그들의 일부가 되는 행위입니다.
--- p.224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image.yes24.com/sysimage/detailN/st_publishing.gif)
벌써 1년, 악몽과 같았던, 아니 차라리 악몽이길 바랐던 4.16 참사 1주기를 맞아,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특히 기독교 신앙인에게 남긴 질문과 과제를 새기고자 《헤아려본 세월》을 펴낸다. 원로 역사학자에서부터 성서학자와 소장 신학자, 교사, 작가, 목회자들까지, 복음주의와 진보진영을 망라하는 11인의 필진이 세월호가 남긴 물음들을 다각도에서 검토한다. 하나님은 무얼 하셨느냐는 신정론의 물음을 비롯해, 애도/기억의 의미와 방식, 우리 교육의 현실, 질긴 가족주의, 설교자의 양식, 그리스도인의 삶에 주어진 도전 등에 관한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비판적 성찰도 피해갈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어떻게 사태를 풀어갈 것인가?
먼저 서문을 대신하는 역사학자 이만열의 글은 성실한 사가의 손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참사 당일부터 최근까지의 추이와 쟁점들을 기록한다. ‘세월호 참사 단상’이라는 겸손한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고의 원인에서부터 사고가 ‘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 이후의 조치에 대한 의혹과 책임론,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 등을 한눈에 파악하며 복기할 수 있도록 해준다. 김회권의 글은 ‘희생자를 위한 격문’이라는 부제 그대로 급박하고 뜨거운데, 세월호 참사를 ‘갑오참변’, ‘양민수장학살사건’으로 규정하면서, 강력하게 진상규명을 촉구한다. 이 격문은 희생자를 위한 격문이면서, 한국 교회의 책임을 통감하며 바치는 ‘사죄문’이자 ‘공권력의 악행과 무능을 격쟁하는 격문’이기도 하다. 김민웅은 누가복음 15장의 비유(잃은 양/잃은 드라크마/탕자의 비유)를 통해 잃어버린 ‘하나’를 ‘전부’로 보시는 예수의 마음을 이야기하며, 생명 하나를 전부라고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현재의 사태를 돌파하기 위한 핵심임을 일깨운다.
할 말을 잃은 현실, 우리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참변 앞에서 신학의 언어가 '헛말처럼' 느껴졌던 고백으로 시작하는 김영봉의 글은 ‘세상 안에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는 않은’ 그리스도인의 참된 실존을 ‘세월世越의 영성’이란 말에 실어 해명한다. 성서학자 차정식은 주기도문에 담긴 예수의 간구문에 대한 신선하고 도발적인 해석을 제시하면서 ‘악의 문제에 대한 하나님의 부담과 인간의 책임’을 조명한다. “신정론의 허방을 정면으로 돌파는 예수의 신학적 결기”를 다룬 이 글을 통해 희생자들을 위...벌써 1년, 악몽과 같았던, 아니 차라리 악몽이길 바랐던 4.16 참사 1주기를 맞아,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특히 기독교 신앙인에게 남긴 질문과 과제를 새기고자 《헤아려본 세월》을 펴낸다. 원로 역사학자에서부터 성서학자와 소장 신학자, 교사, 작가, 목회자들까지, 복음주의와 진보진영을 망라하는 11인의 필진이 세월호가 남긴 물음들을 다각도에서 검토한다. 하나님은 무얼 하셨느냐는 신정론의 물음을 비롯해, 애도/기억의 의미와 방식, 우리 교육의 현실, 질긴 가족주의, 설교자의 양식, 그리스도인의 삶에 주어진 도전 등에 관한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비판적 성찰도 피해갈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어떻게 사태를 풀어갈 것인가?
먼저 서문을 대신하는 역사학자 이만열의 글은 성실한 사가의 손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참사 당일부터 최근까지의 추이와 쟁점들을 기록한다. ‘세월호 참사 단상’이라는 겸손한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고의 원인에서부터 사고가 ‘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 이후의 조치에 대한 의혹과 책임론,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 등을 한눈에 파악하며 복기할 수 있도록 해준다. 김회권의 글은 ‘희생자를 위한 격문’이라는 부제 그대로 급박하고 뜨거운데, 세월호 참사를 ‘갑오참변’, ‘양민수장학살사건’으로 규정하면서, 강력하게 진상규명을 촉구한다. 이 격문은 희생자를 위한 격문이면서, 한국 교회의 책임을 통감하며 바치는 ‘사죄문’이자 ‘공권력의 악행과 무능을 격쟁하는 격문’이기도 하다. 김민웅은 누가복음 15장의 비유(잃은 양/잃은 드라크마/탕자의 비유)를 통해 잃어버린 ‘하나’를 ‘전부’로 보시는 예수의 마음을 이야기하며, 생명 하나를 전부라고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현재의 사태를 돌파하기 위한 핵심임을 일깨운다.
할 말을 잃은 현실, 우리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참변 앞에서 신학의 언어가 '헛말처럼' 느껴졌던 고백으로 시작하는 김영봉의 글은 ‘세상 안에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는 않은’ 그리스도인의 참된 실존을 ‘세월世越의 영성’이란 말에 실어 해명한다. 성서학자 차정식은 주기도문에 담긴 예수의 간구문에 대한 신선하고 도발적인 해석을 제시하면서 ‘악의 문제에 대한 하나님의 부담과 인간의 책임’을 조명한다. “신정론의 허방을 정면으로 돌파는 예수의 신학적 결기”를 다룬 이 글을 통해 희생자들을 위해 탄원할 수 있는 기도의 언어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러시아문학 연구자이자 목사인 천정근은 실로암 망대 붕괴 사건에 대한 예수의 논평이 실린 누가복음 13장의 본문을 꼼꼼하게 검토하면서, 세월호 참사 직후에 쏟아졌던 ‘도덕화’된 설교의 우매함을 질타한다.
잊지 않기 위하여, ‘세월절’을 제안한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약속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백소영의 글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슬픔과 분노를 공동 기억으로 승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동의례로 ‘세월절’을 지킬 것을 제안한다. 그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기독교 공동체들과 시민사회의 몫이다. 아울러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를 다시 읽으면서 현실의 질서에 균열을 가져오는 애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이상철의 글도 주목할 만하다. 정병오는 현직 교사이자 오랜 세월 ‘좋은교사운동’에 몸담아온 운동가로서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남다른 소회를 고백한다. 그의 자기반성과 비판에서부터 우리 교육은 변화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규창은 참사 이후 줄곧 사태 해결의 중심에 선 유가족들에게 주목하고, 이들을 우리나라 최초의 ‘계몽적 희생자들’이라고 이해한다. 유가족에게 쏟아지던 공감과 동정이 순식간에 조롱과 적대로 변한 까닭을 독자는 이 ‘유가족의 사회학’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은 그 자신 성문 밖의 십자가에 달렸고 제자들에게 자신을 따라 성문 밖으로 나오라고 부르는 그리스도의 ‘무력하고 급진적인’ 길을 전하는 박총의 글로 대신한다.
4?16 1주기, 세월호가 우리에게 남긴 것
이 책은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 참사와 이후의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안타까움, 비통함, 분노, 절망, 고뇌를 경험한 그리스도인을 위해 만들어졌다. 물론 이 책에 실린 글 중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와 그 유가족을 마음에 품지 않고 쓴 글은 한 편도 없겠지만, 이 책이 이들을 ‘위한’ 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이들의 거대한 슬픔 앞에서 대체 누구라고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지난 1년의 일들은 사건 자체에 대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그리고 그리스도인이 믿어온 것에 대해 숱한 물음을 남겼고, 많은 심각한 문제들을 폭로했다. 이는 그저 몇 줄기의 눈물과 함께 흘려보낼 수 없는 것이어서, 이 책에서는 그중 몇 가지를 다루었다. 세월호 참사를 이해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손을 모으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작은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이 책의 수익금은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의 치유를 돕는 일에 기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