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출간 20주년 기념 개정증보판
국내 유일의 정식 저작권 계약본
하나님, 당신은 왜 침묵하고만 계십니까? 당신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일본이 낳은 최고 현대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대표 작품. 17세기 일본의 기독교 박해 상황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소설적 재미를 곁들여 진지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서술하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신뢰를 얻고 있던 포르투갈 예수회 소속 신부의 선교와 곧 이은 배교(背敎) 소식, 그 배교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잠복한 제자 신부가 겪는 고난과 갈등. 그리고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참히 죽어 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한 채 침묵만 하고 계신 하나님!
신학적으로 해결하기 난해한 문제, “고난의 순간에 하나님은 어디 계신가?”라는 문제를
신앙을 부인해야만 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고민하는 인물들의 내면 묘사를 통해 조용하지만 가슴 뜨겁게 그리고 있다.
★초판 발행일: 1982년 5월 8일
★개정증보판 발행일: 2003년 1월 27일
개정증보판의 특징
– 국내 유일의 저작권 계약본.
– 저자 후기와 해설 수록.
– 우리말 표기법에 따른 인·지명 통일.
"일본인들은 인간을 미화하거나 확대시킨 것을 신이라 부르고 있어. 인간과 동일한 존재를 신이라 부르지. 그러나 그것은 교회의 하나님은 아니야."
"당신이 이십 년 동안 이 나라에서 깨달은 것이 그것뿐입니까?"
"그것뿐이야."
페레이라는 쓸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때문에 내게 선교의 의미가 없어지게 된 거야. 이곳까지 어렵게 가져온 묘묙이 이 일본이라는 늪지대에서 어느 틈엔지 썩어 갔어. 나는 오랫동안 그것을 깨닫지도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지."
--- pp. 235
"내가 여기서 보내던 밤에는 다섯 사람이 구멍 매달기 고문을 받고 있었어. 다섯 개의 소리가 서로 뒤섞여서 귀를 때렸어. 관리는 이렇게 말했지. 당신이 배교하면 저 사람들을 곧 구덩이에서 꺼내 밧줄도 풀어 주고, 약도 주겠다고 말이야. 나는 대답했지. 저 사람들은 왜 배교하지 않느냐고. 관리는 웃으면서 가르쳐 주었어. 그들은 이미 몇 번이나 배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네가 배교하지 않는 한 저 농민들을 구할 수 없다고."
"당신이 기도를 했어야 하는 건데."
신부가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물론 기도했지. 나는 계속해서 기도하고 있었어. 하지만 기도도 저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지는 못했지. 저 사람들의 귀 뒤에는 작은 구멍이 뚫어져 있어. 그 구멍과 코와 입에서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지. 그 고통을 나는 내 몸으로 맛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어. 기도는 결코 그 고통을 덜어 주지 못해."
--- pp. 235
"자네는 그들보다 자기 자신이 더 소중하겠지. 적어도 자기 자신의 구원이 중요한 것일 테지. 자네가 배교하겠다고 말하면 저 사람들은 구덩이에서 나올 수가 있어. 고통에서 구원받는 거지. 그런데도 자네는 배교하려고 하지 않고 있어. 자네는 그들을 위해 교회를 배반하는 일이 두렵기 때문이야. 나처럼 교회의 오점이 되는 일이 두렵기 때문이지."
--- pp. 264
《침묵》에는 엔도 특유의 재능인 인상적인 발단, 대담한 역사적 상황 설정, 신학으로 해결하기 난해한 문제, 거리낌 없는 성격 묘사 등이 잘 나타난다. 절제된 고전 기법으로 묘사된 등장인물들의 시련, 일본 문화와 지극히 서양적인 종교 양식의 미묘한 대립 등이 엔도가 이 책에서 그려낸 업적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이 작품의 기조(基調)는 그렇게 잔인한 박해에서도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신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반문하는 데 있다. 어째서 이러한 시련을 견뎌야 하는지 물어도 하나님은 대답이 없으시다. 하나님이 대답하시지 않는 것은 거기에 하나님의 예지(叡智)가 있고 하나님의 사랑이 있어서이지만, 엔도 씨의 작품은 그 점에 얽힌 또 다른 문화사적인 해답을 제시한 문제작이다.
--- 가와카미 테츠타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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