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거침없이 담대하게』는 누가의 사도행전을 좇아가면서 바울 서신서와 비교하는 형식으로 바울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사도행전에 기록된 바울의 선교와 그 과정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의 정체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01_ 바울은 누구인가
02_ 다메섹 도상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었나
03_ 드디어 이방인 선교가 시작되다
04_ 1차 선교 여행
05_ 선교의 분기점이 된 예루살렘 회의
06_ 2차 선교 여행
07_ 아테네와 고린도에서
08_ 3차 선교 여행
09_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10_ 바울의 재판
11_ 로마로 가는 길
12_ 바울의 마지막
바울 평전을 다시 쓰다
바울을 태어나게 한 사람이 예수라면 바울을 만든 사람은 누가이다. 사도행전의 저자 누가의 손을 통해서 비로소 우리는 바울의 전기 비슷한 것을 얻게 되었다. 예수 믿기 전의 바울의 구체적인 행태들, 다메섹 도상에서 일어났던 결정적 전환, 아시아에서 출발해서 그리스와 로마에 이른 그의 선교 여행, 그 과정에서 겪었던 사건들과 고초들을 우리는 누가의 솜씨 덕분에 그림처럼 선명하게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바울의 생애를 재구성하는 데 있어서는 현대인들이 누가보다 좀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것은 바울이 직접 기록했던 바울 서신이라는 1차 자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도행전은 누가의 손에서 재구성된 2차 자료에 불과하다. 현대 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누가는 바울 서신서의 일부만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누가가 열심히 탐문하고 수집하면서 바울의 선교 현장을 쫓아다녔지만 사도행전이 저작된 AD 80-90년 어간에는 바울 서신들이 아직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바울에 대한 연구는 현대 학자들에 의해서 바울의 서신들과 누가의 사도행전 간의 차이를 비교하여 누가의 편집 흔적과 신학을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그러나 이런 시도들도 결국은 누가가 그려놓은 바울에 대한 그림 위에서 전개되었을 뿐이다.
〈01_ 바울은 누구인가〉 중에서
그러나 바울은 자신이 자비량 선교를 했던 보다 중요한 이유로 복음의 위대함과 그 직분의 소중함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서는 고린도전서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고린도 교회를 개척하고 오랜 세월 목양하면서도 바울은 고린도 교회로부터 일절 급료를 받지 않았다. 이런 태도가 때로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고린도 교회의 일부 성도들은 야비하게 바울이 정식 사도가 아니라서 그렇다고 비난했다. 이를 반박하며 바울은 자신이 자비량 선교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첫째는 복음에 장애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고린도전서 9장 12절이다. “다른 이들도 너희에게 이런 권리를 가졌거든 하물며 우리일까보냐 그러나 우리가 이 권리를 쓰지 아니하고 범사에 참는 것은 그리스도의 복음에 아무 장애가 없게 하려 함이로다.” 복음에 장애가 된다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헬라 사회에서는 철학자들이나 궤변가들이 이곳저곳을 방랑하며 살았다. 그러다 한 지역의 유지나 공동체가 그 사람의 가르침이 훌륭하고 교사로서 탁월하다고 생각되면 급료와 먹을 것을 주고 그 지역에 머물게 하였다. 심지어 마술사나 능력을 행하는 사람들도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고 먹을 것을 얻고는 하였다. 결국 진리를 주고 대신 물질을 얻는 방식이 보편화된 시대였다. 바울 사도는 복음이 이처럼 싸구려 진리 취급받는 것을 싫어했다. 복음의 은혜는 값으로 헤아릴 수 없다. 그러니 값없이 전하고 받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얼마 되지도 않는 급료를 지불하며 행세하는 것을 바울 사도는 견딜 수 없었다. 그것은 감사가 아니라 거래이기 때문이다.
---〈07_ 아테네와 고린도에서〉 중에서
바울와 함께 걷다
송순열(한신대 신약학 교수), 김기현(로고스 서원 대표), 박일수(영락교회 집사) 추천!
누구나 바울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바울처럼 오해받고 있는 인물도 없는 것 같다. 혼란은 성서 안에 바울에 관한 두 종류의 글이 존재하고 있다는 데서 빚어진다. 바울 서신서들을 바울의 자서전이라고 부르기는 부족하지만 어찌되었든 바울이 직접 기록한 글들이 있다. 다른 하나는 본격적인 바울의 전기라 부를 수 있는 사도행전의 바울 부분이다. 사도행전의 저자 누가는 이 글을 바울 사후 30년 전후에 기록하였다. 여기에 바울과 관련된 전설들이 더해지면서 바울의 모습은 더 혼란스럽게 되었다.
물론 바울은 큰 인물이기에 다각도로 조명될 수 있다. 우리 집 근처에 있는 관악산은 서울대 쪽에서 바라볼 때와 과천 쪽에서 바라볼 때 느낌이 다르다. 서울대 쪽에서 바라보면 ‘악(惡)’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산답게 험하게 보인다. 그러나 과천 쪽에서 바라본 관악산은 도시를 감싸고 있는 것마냥 포근해 보인다. 같은 관악산이지만 보기에 따라 다양한 모습이다. 예수님이 그랬다. 그래서 사방에서 바라본 4개의 복음서가 필요했을 것이다.
모든 글이 나름의 근거와 영감 가운데 나온 것이기에 이 모든 것이 합하여 바울이라는 인물을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각각의 기록들의 의도와 차이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바울의 진면목을 제대로 재구성할 수 있다. 예수님의 경우보다 바울이 나은 것은 바울의 1차적 기록과 제삼자가 기록한 전기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둘을 비교하며 읽다보면 의외로 바울이라는 인물이 더 뚜렷하게 보인다. 이 글은 누가의 사도행전을 좇아가면서 바울 서신서와 비교하는 형식으로 바울 이야기를 풀은 것이다.
지난여름 터키, 그리스, 로마에 이르는 바울 선교지 순례를 하면서 이런 확신을 더 굳히게 되었다. 온갖 신화와 편향된 성서 해석으로부터 바울을 구하고 싶었다. 예컨대 에베소는 바울의 선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다. 바울은 가장 오랜 시간 이곳에 머물며 아시아 지역에 복음을 전하는 기지로 삼았다. 갈라디아서, 고린도전서, 빌립보서, 빌레몬서 등 주요한 서신서들이 에베소에서 기록되었다. 감옥에 투옥되어 생명의 위협을 가장 크게 느꼈던 곳도 바로 이 에베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바울의 자취를 찾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이후에 에베소로 왔던 사도 요한과 마리아를 기념하는 흔적들이 더 많은 형편이다. 아테네에서 행했던 아레오바고 설교도 그렇다. 그 바위 정상에 섰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생생한데, 가이드나 목회자들은 한결같이 바울의 아테네 선교를 실패한 사례로 간주한다. 그렇다면 누가는 바울의 실패를 보여 주기 위해서 무려 10절에 걸쳐서 자세히 아레오바고 설교를 풀어놓고 있다는 것인가?
본서가 목적하는 바는 바울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사도행전에 기록된 바울의 선교와 그 과정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의 정체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필자는 신학교나 교회에서 사도행전을 강의할 때 반드시 바울 서신서와 비교하는 작업을 거쳤다. 이런 과정을 잘 소화할 수 있다면 소위 ‘신학’이라는 높은 산을 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책 제목을 《바울의 거침없이 담대하게》라고 정하였다. ‘파르레시아스(담대하게)’, ‘아콜루토스(거침없이)’는 사도행전의 마지막 절인 28장 31절을 장식하는 단어로 바울의 열정적 생애를 대변한다. 예수님은 논외로 치고 바울 없는 기독교는 상상할 수 없다. 그의 거침없고 담대한 복음 전파를 통해서 기독교는 비로소 율법 종교, 민족 종교를 벗어나 세계의 기독교로 성장할 수 있었다. 복음의 열정과 순수성을 잃어가는 이 시대에 이 책이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하고 비전을 고취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바울이 순교한 한참 후에 누가가 바울의 이야기를 기록하려 붓을 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사도행전은 누가복음과 함께 학자들에게 ‘폭풍의 중심(storm center)’이었다. 최근 사도행전 연구는 다양한 접근 방식들이 사용되면서 수많은 꽃들로 만개했다. 이 책은 이러한 학문적 업적 위에 핀 또 하나의 꽃이다. 누가의 신학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바울의 신앙과 선교 여행을 사도행전 본문에 근거하여 다양한 각도로 추적하고 있다. 바울의 로마 여행을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 Aeneid》와 비교한 것은 학문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독자들은 한 편의 수필을 읽는 편안함과 함께 바울의 생애를 입체적, 학문적으로 조망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될 것이다.
송순열 한신대 신약학 교수
바울은 열정과 신앙 지성 면에서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거인이다. 그가 쓴 서신서들은 그 양이 많기도 하려니와 내용도 쉽지 않아서 전체로 꿰어서 읽고 그 전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 이 책의 가치는 더 빛난다. 일반 성도의 눈높이에 맞춰 일목요연하게 바울의 행적과 신앙을 정리하고 있으며, 바울 서신서와 사도행전을 적절히 비교하여 체계를 잡아주고 있다. 비로소 살아 있는 바울의 목소리들 듣는 듯하다. 하여, 끝나지 않은 바울의 이야기를 이어가자며 초대하는 저자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저요, 저도 할게요”라고 손을 번쩍 들고 말았다.
김기현 로고스 서원 대표
사도행전 자체가 박진감이 넘치는 책인데 이 책은 그 박진감에 더해 바울의 선교 사역을 다큐멘터리처럼, 때로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 놓고 있다. 한번 책을 잡으면 좀처럼 눈을 떼기가 어렵다. 그러면서도 초대교회의 원초적 신앙에서 벗어나 무력하고 건조해진 현대 교회를 깨워 선교적 열정과 비전을 고취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 책은 바울의 생애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또 어려운 바울 신학을 이해하고 싶은 평신도들에게 필수적인 입문서가 될 것이다.
박일수 영락교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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